김정은.jpg- 북한 이미지 정치 엿보기
  
 작성자 : 우02산
작성일 : 2015-12-04     조회 : 892  


변영욱 (지은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5-11-30

책소개

김정은은 젊다. 힘이 좋고 피부는 탱탱하다. 북한은 사진이 잘 받는 김정은의 외모를 한껏 활용해 사진 수천 장을 전 세계를 향해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만 보여주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이 배포하고 전파하는 사진과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누구나 북한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북한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현실에서 이 책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분석하는 것이 북한을 진단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사진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지만,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사진기자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도 있다. 이제 북한의 이미지 정치와 진검승부를 해야 할 때이다.

목차

제1장 김정은의 이미지 정치
제2장 이미지의 로직과 활용
제3장 글로벌화해가는 북한 이미지
제4장 기술 관료들의 역할
제5장 김정일 건강 이상설 이후 이미지 전략
제6장 김정일이 만든 시각적 전통, 그리고 김정은의 계승
제7장 거대한 세트장


출판사 제공 책소개

김정은, 카메라 앞에 서다 ―
북한과 김정은 정확하게 읽기

김정은은 젊다. 힘이 좋고 피부는 탱탱하다. 북한은 사진이 잘 받는 김정은의 외모를 한껏 활용해 사진 수천 장을 전 세계를 향해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만 보여주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이 배포하고 전파하는 사진과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누구나 북한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북한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현실에서 이 책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분석하는 것이 북한을 진단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사진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지만,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사진기자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도 있다. 이제 북한의 이미지 정치와 진검승부를 해야 할 때이다.

이렇게 김정은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을 편집하면서 깨달은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김정은이 잘생긴지는 모르겠으나, 사진발은 제법 잘 받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아버지인 김정일보다는 훨씬 낫다. 둘째,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점이다. “미운 정도 정이다”, “자꾸 보면 정든다”라는 말을 이토록 실감했던 적이 있을까. 한동안 김정은이 나온 사진만 잔뜩 보다 보니 어느새 김정은과 좀 더 잘 아는 사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김정은이 후계자로서 공식적으로 등장한 때가 2010년 9월이다. 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사이에 김정은은 한국인의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신문과 TV, 인터넷 등에서 하루가 멀다고 김정은을 만난다.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부정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거나 풍자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때 나오는 김정은의 이미지는 북한이 배포하는 사진과 영상에서 가져온 것이다. 즐거운 표정으로 활짝 웃는 모습, 찌푸린 표정으로 위엄 있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 모두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사가 엄선해 제공한 이미지이다. 별생각 없이 퍼 나를 이미지는 아니다.

사진으로 북한을 읽을 수 있을까

누구나 북한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북한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분석하는 것이 북한을 진단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년 가까이 사진부 기자로 일해온 저자가 밝힌 이 책의 기획 의도다. 사진으로 북한을 읽는다는 것에 의구심을 드러낼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안심해도 좋다. 저자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겸양했지만, 저자의 분석법은 상당히 유서가 깊은 정통 분석법이다. ‘크렘리놀로지’라는 말이 있다. ‘크렘린학’, ‘소련학’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옛 소련은 통제가 심해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내실을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과거 서방의 연구자들은 소련이 제공한 사진과 영상 속에 나타난 의전 절차나 공식 메시지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소련을 파악하고자 했다. 북한이 배포하는 사진을 분석하고 그 이면에 숨은 메시지를 읽는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북한판 ‘크렘리놀로지’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표현하고 우리는 본다

김정은의 사진을 읽기 전에, 우선 북한이 사진을 자주 조작한다는 식의 추측과 편견은 명확한 근거가 있지 않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물론 사진 조작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쏟아내는 사진의 양을 세어보면 조작된 사진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조작을 하기보다는 세심하게 공을 들여 연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저자는 사진의 조작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왜 그렇게 연출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정은이 나무배를 타고 서해 일대의 섬들을 둘러보았을 때 공개된 사진들을 살펴보자. 우선 일국의 최고 권력자가 나무배를 탄 일 자체가 연출이다(126쪽). 위험을 감수하면서 전쟁을 지휘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게다가 김정은을 배웅하는 주민과 군인들은 또 어떠한가. 모처럼 섬을 찾아준 김정은을 보내기가 아쉬워 바닷속으로 뛰어들기까지 한다(211쪽). 우리에게는 리액션이 상당히 과한 엑스트라들로밖에 안 보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함께 전쟁 의지를 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김정은은 이미지를 활용하는 법을 안다. ≪노동신문≫을 도배한 김정은의 사진을 보자. 카메라 앞에 선 김정은은 거리낌이 없다. 희로애락을 가감 없이 그대로 드러낸다. 연로한 간부들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는가 하면, 혼자만 앉아 담배를 피운다. 미국을 적대한다면서 책상 위에는 아이맥이 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르게 공개석상에 부인을 대동하기도 한다.
김정일은 인민이나 군인들과 신체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았다. 반면에 김정은은 팔짱을 끼고, 귓속말을 하며, 어린이의 뺨을 어루만진다. 군중 속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아서 최근에는 경호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 김정일 시대에는 볼 수 없던 클로즈업 기법과 아웃 포커스 기법을 사용한 사진도 보인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표현법을 쓰고 있다.

‘북한의 괴벨스’ 김기남을 주목하라

영화광이기도 했던 김정일은 선전 선동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김정일이 후계자의 위치를 공고히 한 것도 문화 분야에서 갑산파가 남긴 ‘반당적 해독’을 뿌리 뽑고자 선전선동부의 주요 직책을 차지하면서부터였다. 김정일이 선전선동부를 장악한 이래 50년 가까이 묵은 북한의 선전 선동 전문가들은 이제 첨단의 선전 기법과 심리학까지 동원해 김정은을 우상화하고 있다.
북한 관련 보도 대부분이 북한의 권력 서열을 조명하면서 군부 인사만 주목하는 데 반해, 저자는 선전 선동을 담당하는 인물을 주목한다. 바로 ‘북한의 괴벨스’ 김기남이다. 북한의 여러 간부 중에서 김기남이 김정일의 현지 지도에 동행한 횟수로 1위를 차지한 적이 두 번 있다. 1995년과 2009년이다. 권력 교체기의 북한에서 김기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북한 고위층이 좌천되거나 숙청당하며 권력의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김기남은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김정일과 김정은을 보좌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에게 선전 선동 업무를 물려주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그 위상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

엑스트라가 주인공이 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무릎을 꿇은 채 아이와 눈을 맞추고, 청소 노동자와 허물없이 주먹 인사를 나누며,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는 작전에서는 상석에 실무자를 앉히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사람의 호감을 샀다. 연출된 사진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연출할 수 있으면 대단하다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멀리 볼 것도 없다. 김정은도 방향은 다르지만, 정교하게 연출한 사진을 통해 이미지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는 오바마 못지않다. 적어도 우리보다 몇 수 위인 것은 확실하다.
아직 30대인 김정은의 통치가 몇 년이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금은 빨치산 2세인 최룡해를 내칠 만큼 공고한 권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의 이미지 정치를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할까? 미국의 전직 농구 선수를 초청하는 엉뚱함이나 고모부를 처형하는 잔혹함에 호들갑을 떨기만 해서는 안 된다. 대북 심리전이나 대북 전단에 보이는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과 김정은은 이미지 정치에 능숙한 만큼 그 이미지가 공격당하는 것에도 민감하다. 김씨 일가를 신처럼 받드는 북한 주민들이 근거 없는 신화에서 깨어나도록 우리도 세련된 이미지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저자의 말처럼 엑스트라 신세인 북한 주민들이 주인공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도 우리는 김정일의 셋째 아들 이름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알려고만 마음을 먹으면 너무 잘 알 수 있을 만큼 김정은에 관한 정보가 넘친다. 다만 양질의 정보는 드문 데다, 마치 가십거리를 대하듯 하는 태도가 문제이다. 김정은은 저 멀리 카리브 해 섬나라에 사는 독재자가 아니다. 철없는 젊은이도 아니다. 우리의 지척에 있는 위협이다. 게다가 북한이 배포하는 김정은의 이미지는 지나칠 정도로 가까이에 와 있다. 널리 퍼져 있기까지 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과 김정은에게 곁을 내어준 것은 아닐까? 냉철한 통찰이 필요한 때이다.